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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라이다로 부산까지 간다면 몇 일이나... 1 부 (장거리여행)
    자전거 2023. 10. 9. 21:14

    얼마 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오래됐다.

     

    한 세달은 지난 것 같은데 이제서야 포스팅하는 이유는 역시 내가 게을러서가 아닌가 싶다.

     

    사진도 무려 한달이 지나서야 스캔을 했으니 ㅡㅡ;

     

    각설하고 난 조금 즉흥적이 없지않아 있는 것 같다.

     

    이번 여행 역시 즉흥적이었다.

     

    예전에 강원도 정동진에서 서울까지 도보로 여행해서 오는 걸 했던 것도 술자리에서 후배들과 얘기하다가 시작 되었건만.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다.

     

    <술자리에서 후배와 나의 대화

     

    "형 정네 강원도 도보여행 같은 거 저도 가고 싶어요. 언제 한 번 껴줘요."

     

    잠시 생각에 빠진 나.

     

    "도보여행? 그래 좋지. 근데 나 이번에는 자전거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자전거 여행이요? 아 재밌겠다. 저도 꼭 같이 데려가줘요."

     

    "그래 뭐 이번 여름에 가볼까?">

     

    <그 다음 술자리 전혀 다른 사람들과 여행 얘기가 나왔음.

    갑자기 후배와 했던 얘기가 생각났음.

     

    -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

     

    "야 가자 언제냐면 다다음주.">

     

    이게 여행을 가게 된 계기다. 겁나게 단순하다 ㅡㅡ;

     

    결국 후배와 나 둘이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여정은 이천-여주-원주-정선-동해-해안도로-영덕-포항-울산-부산 그리고 시간 되면 해안따로 전라도로......

    자전거는 미니벨로 두 대.

    티티카카와 스트라이다.

    미쳤다.

     

    어쨋든 그렇게 결정은 났다.

     

    여행의 시작

     

    결국 약속한 2009년 7월 마지막주 금요일이 돌아왔다.

     

    우리집은 부천, 후배 놈은 파주.

     

    노량진에서 11시에 만나기로 한 우리.

     

    준비물을 점검했다. 친구에게 빌린 커다란 백팩, 그 속에 옷가지, 세면도구, 스트에 실은 휴대용 펌프, 펑크패치, 간단한 공구들(육각렌치, 스패너 등), 간식, 물, 이온음료. 휴대폰 배경화면의 문구 "짐승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

     

    but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다.

     

    둘 다 미니벨로라 지하철에 실어서 노량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형 죄송해요. 자전거 승차거부 당해서 타고 가야할 것 같아요. 좀 늦을 듯 하네요."

     

    아, 이런 된장 무처먹을....

     

    난 조금 당황했다. 일부러 사람 많은 출퇴근 시간을 피해 약소도 11시에 잡았는데 웬 승차거부??

    난 지하철에서 접이식도 미니벨로도 아닌 무지막지한 사이클과 mtb를 실고 가는 사람도 많이 봤는데 이게 웬 멍멍이 짓는 소리?? 녹생성장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자전거 타는 거 권장한다더니. 지하철역 계단엔 자전거 끌고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도 만들더니 뭐하자는 짓거리??

    슬질나서 그냥 씹고 타라고 말하려 했지만 우리 착한 후배녀석 곧바로 체념했다.

     

    "형 저 자전거 타고 갈게요. 천천히 오세요."

     

    응 그래. 난 이미 집에서 나왔단다. 결국 일찍 도착해서 할 것도 없었던 난 자전거로 노량진을 향했다.

     

    초장부터 힘 좀 빼겠구나 싶었다.

     

    정신나간 우리들

     

     

    <아는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노량진 아님. 잠실 쪽 한강 고수부지> 벌써부터 나시 젖었음.

     

    힘들진 않더라. 그냥 마냥 들떠서 기분 좋았기에

     

    우린 잠실에서 잠시 쉬었다. 아니 쉴 수 밖에 없었다. 파주에서 잠실까지, 부천에서 잠실까지 거리가...

     

     

    그렇다. 대략 35km밖에 안된다. 하지만 저건 차량으로 이동하는 거리고. 자전거는 조금 더 된다.

     

    하지만 우리는 장거리를 뛰어야 하기 때문에 쉬어야 했다.

     

    지도를 펼쳤다. 아, 펼친 건 아니다. 아이팟을 켰다. 안엔 오만 지도가 다 있었다. 여행 오기 전 여기저기서 지도를 구해서 집어넣고 여행가이드 그런 책까지 pdf로 변환 되어 있는걸 구해서 넣었다.

     

    지도를 보아하니 한 2cm정도 온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한국인이면서도 짱깨식 계산을 즐겨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통 짱깨식 계산을 즐겼다.

     

    -우리가 2cm정도 왔으니까 앞으로 보자 한 6cm정도 더 가면 원주(우리가 처음 목표로 한 곳)네

     

    -겨우 6cm? 우리 여기까지 오는데 2시간 좀 넘게 걸렸으니까 쉬엄쉬엄 가도 한 8시면 도착하겠는데요. 형 푸하하하

     

    그렇다. 우린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오르막길 같은 건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고 점점 체력이 떨어져 속도가 늦어질 것도 생각 못 했다.

     

     

    <우리가 가야할 길> 사실 이 때 까진 별 개념 없었다. 우린 미쳐있었으니까. 지금보니 100km네. 젠장

    썰어먹을......

     

    일단 밥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간식 거리를 사야했다. 도보여행의 경험상, 이런 여행은 배고프면 지는거다. 그리고 난 지기 싫다. 여행 도중 살 빠지는 것도 싫다. 하지만 결국 빠졌다 ㅡㅡ;

     

     

    인도네시아 입구

     

     

    잠실에서 송파 쪽에 있는 그 뭐지? 가든 하이브? 어쨋든 엄청나게 큰 매머드급 건물을 보고 기겁을 하며 달렸다.

     

    무슨 대학교가 하나 지나갔다. 어디서 들어본 학교다. 그 학교를 지나서 성남에서 판교로 지나가는 길에 우린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분명 보기엔 평진데 이상하게 속도가 안나고 힘이 두 배로 들었다. 이거 뭐지?

     

    우리는 무리한 라이딩으로 인한 체력 저하로 인해 지치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거기다 그 도로는 몰랐는데 확실히 오르막길이 맞단다. 오르막길 같지도 않은게 몇 km씩 있으니까 확실히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도로가 좁고 쉴 곳도 없어서 (한쪽엔 산 한쪽엔 칸막이 같은 게 있어서) 그냥 갈 수 밖에 없었다.

     

     

     

     

    <길 참 구리다.> 점점 서울을 벗어난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구렸다. 여긴 쉴 곳이 없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실라치면 버스, 트럭들이 겁나게 지나간다 ㅡㅡ;

     

     

    그지같은 오르막길이 끝났다. 그리고 신나는 내리막길

     

    여행 초장부터 우린 소리쳤다.

     

    "아 이런 길만 있었으면 좋겠다."

     

    확실히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거다. 우린 이 말을 참 뼈 속 깊이 새겼다.

     

    그런 우리를 반긴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인도네시아 입구> 우리가 이곳을 오려고 그 힘든 길을 왔단 말인가. 아무것도 아닌 그냥 간판이었지만 이름 때문인지 우린 뭔가 이뤘다는 쾌감을 느꼈다.

     

    경기도 광주. 엄청 시골이구나~ 하고 생각한 순간. 주유소로 갔다. 시골이니까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역시 시골이니까. 물도 막 퍼 먹고 세수도 하고 볼 일도 보고 나왔다.

     

     

    <인도네시아 입구에서 휴식> 살이 빠지면 안된다는 일념으로 쉴 때마다 먹었다. 물, 이온음료, 빵 등

     

    그리고 후배녀석은 쉴 때 마다 근처 가게로 뛰었다. 물을 얻기 위해.

     

    "형 나 이거 진짜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하니 이 때 녀석은 김봉창 선생과 많이 닮아 있었다.

     

    원주

     

    이천-여주를 돌파하는데도 힘들었다. 도로로 달리니 아무래도 차가 신경쓰였고 그러다 보니 지쳐갔다.

     

    8시가 넘어갔지만 여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점점 어두워졌다. 도시에서 자전거를 탈때와 달리 8시를 넘으니 주변에 가로등도 없고 정말 뭐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랜턴을 찾았는데... 없다. 없어. 미쳤다. 놔두고 왔나보다.

     

    결국 우리는 어둠 속에서 우릴 치지 말라며 후미등을 킨 상태로 조심스럽게 갈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늦어졌다.

     

    10시가 다 되어서 겨우 원주에 도착했다. 하지만 원주시내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거기다 후배녀석이 많이 지쳐 있었다.

     

    난 툭하면 10~20KM씩 러닝하던 습관 때문에 그나마 괜찮았지만 녀석은 아니었다. 속도가 전혀 나지 않았다.

     

    난 말 없이 혼자 앞으로 치고 나갔다. 배고파서.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가야 후배가 억지로라도 따라올 것 같았다.

     

    결국 11시 쯤 원주 시내로 도착했다.

     

    도착하자 마자 먹을 곳을 찾았지만 너무 늦어서 문을 닫았단다.(사람들 말... 이 동넨 사람들이 술도 안먹고 사나 ㅡㅡ;)

    그러다 우연히 찾은 소고기집!

     

    아 눈물 났다. 밖에 나오면 잘먹어야 된다는 내 신념에 맞춰 딱 좋은 먹거리가 나온 것이다.

     

    밥과 함께 반주를 하고 나서 찜질방을 수소문한 끝에 찜질방에서 여행 첫날을 마쳤다.

     

    찜질방 아주머니는 자전거를 맡아달란 말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나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 우리 같은 사람이 자주 오는 것 같았다.

     

    피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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