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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라이다로 부산까지 간다면 몇 일이나... 3 부 (장거리여행)
    자전거 2023. 10. 9. 21:17

    악재

    동해에서 달콤한 하룻밤(?)을 보내고 찜질방 밖으로 나온 우리 둘. (굳이 잠을 찜질방에서만 잔 것은 그냥 여관이나 모텔 보다 가격면에서 싼데다 찜질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푹~ 찌면서 날려 보낼 수 있어서였다.)

    이틀만에 왔어야 할 동해인데 여행삼일째!

     

    그러나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배고파 ㅡㅡ;





    <나오자 마자 눈에 보인 김밥집> 강원도에는 아직 XX천국의 마수가 뻗치질 못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간식으로 고로케와 찐빵을 챙긴 우리는 다시 힘차게 달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다리가 이상했다. 걸을 때마다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던 것이다. 맙소사. 후배녀석에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내 다리는 평지를 가는덴 별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문제의 오르막 길.

    -아~~~~악

    경사가 낮은 오르막이었는데도 엄청난 통증.

    난 그 자리에 주저 앉을 뻔 했다. 다리 상태가 오르막을 오르려 힘을 준 순간 엄청나게 악화된 것이었다.

    증상은 대충 말하자면 패달링을 하기위해 굴릴 때 힘을 줄 수가 없다는 것. 힘을 주는 순간 내 다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무릎 부위가 사방으로 찢기는 느낌? 엄청난 악재였다.

    "어쩌지? 이거 갈 수 있을려나?"

     

    "형 많이 아퍼요?"

     

    "그럼 내가 엄살 부리는거 봤냐?"

     

    "......"

     

    "어떡하죠?"

     

    "너 같으면?"

     

    "쉬겠죠."

     

    "그래."


    결국 다음 목적지로 가는 것은 포기했다.

    동해는 그나마 '시'라서 언덕이 많이 없을테니 관광이나 하며 하루를 쉬자는데 동의하기에는 몇 분 걸리지 않은 셈이다.



    <동해시의 어느 이름 모를 언덕>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바닷가 도시의 옛날 풍경?




    <이름모를 언덕 2> 사진에선 잘 보이진 않지만 저 뒤로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져 멋진 광경을 연출. 후배도 이곳을 좋아라 했다.

     

    동해에서 관광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역시 바닷가. 목적지는 근방에서 제일 유명한 망상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결국 내 다리가 몹쓸지경이 될 줄이야.

    지도상으로 별로 안 멀어 보이던 망상까지 가는데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물론 내 무릎이 정상이 아니었던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말이다. 거기다 엄청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길진 않았지만 엄청난 경사도였다.

     

    "뭔 길이 이랴."

     

    "글쎄요. 형 그냥 강원도니까 하는게."

     

    "그래."

     

    허무개그에 길들여지고 있었다.

     

    그 언덕은 어쩔 수 없이 걸어서 올라가고 내려가자 망상으로 가는 평지가 나왔다.

    엄청난 인파의 망상. 여기저기 사람소리. 무슨 행사를 하는지 마이크를 잡고 진행하는 사람. 축제분위기. 하지만 난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런 사람많은 곳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무릎까지 않좋아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결국 힘겹게 도착한 망상에서 바로 유턴을 했다. 우린 포기할 때와 안 할 때를 구분한다. 여행은 포기 못하고 이런 쓰잘데기 없는 건 포기가 엄청 빠르다.

    갈 때 신나게 내려왔던 내리막길이 징그럽게 보였다. 결국 이 징그러운 놈에게 무릎을 뺏겼다.

    급기야 평지에서 패달링도 힘들기 시작했다.

    패달링을 하려고 다리를 올리기만해도 무릎이 사방으로 찢어지는 통증과 함께 내 다리가 아닌 기분이 들었다. 결국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동해시로 돌아왔다. 이미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동해에서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칠성한의원

    다른 곳까지 걸어서 갈 수도 있었지만 동해에서 하루를 더 자게 된 이유는 잘 곳이 없다는 것이 한 몫했다. 그리고 그냥 뒀다간 다리가 나을 것 같지도 않아서 침을 맞기 위함도 있었다. (이 날이 일요일이라, 또 휴가철이라 어느 한의원도 문을 열지 않았다.)

    또 한 번 찜질방에서 잤다. 찜질방에선 하루 종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물 속에서 걷기를 시도했다. 무식해도 본건 많다. ㅡㅡ

    다음 날 아침 한의원.

    -나는 자전거 여행 중이다. 아프다. 어떡하냐? 자전거 좀 탈 수 있게 해주삼.

    한의사.

    - 스물여덟이면 이제 몸 생각도 해라. 무리다. 집에 가라. (물론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처음 한 마디는 너무 슬펐다. 한 번도 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ㅡㅡ^

    기분 나빠서 한의원 기념 촬영 따위는 동해 바다에 빠뜨렸다.

    솔직히 여기서 의원 판정 받고 마음이 조금 기울었다. 집에 갈까로... 한 70%정도?

     

    당연히 내 몸 걱정이 되니까. 무릎은 중요한 곳인데. 늙어서도 무릎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소중하니까

     

    "형, 그냥 하루 정도 더 쉬고 계속 하죠. 힘들면 걸어서 가죠 뭐."

     

    '그래. 야속한 놈 내 속도 모르고.'

     

    후배녀석의 강한 의지로 여행을 계속하기로 했다.

     

    솔직히 후배가 아니라 나 혼자였으면 아마 이 여행이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잘 했다. 지금은 무릎이 아무렇지 않으니.


     


    <칠성한의원 전표> 안 그래도 아픈 환자한테 마음의 상처가 되는 말까지 하시다니. 김태균 샘 반칙. 이름은 또 내가 좋아하는 컬투네......



      동해(동해시 아님) 관광, 재활의 시작

    전 날밤 나만의 물리치료(?)와 침 덕분에 조금은 나아진 다리지만 여전히 통증은 계속 되었다. 이통증이 울산까지 따라다닐 줄 이 때는 몰랐다.

    제대로 동해 관광을 마음먹고 군생활을 같이 했던 선임을 불렀다.

    "오랜만. 나 지금 동해. 나와."

    "동해? 갑자기 웬일로?"

    "그냥 자전거 여행."

    "그래. 근데 우리 집은 삼척인데? 니가 이리와."

    그래 어차피 동해에서 자전거 타고 관광하나 자전거 타고 속초가나 힘든 건 매 한가지 속초가서 현지인 가이드로 제대로 관광이나 하자는 마음에 속초로 갔다.

    하지만 가는 도중 또 오르막길에서 막힌 나.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준호 내려."

    "???"

    "자전거 바꾸자."

    그랬다. 단기어인 스트라이다로, 내 무릎 상태로 더 이상은 무리였던 거다. 결국 난 스스로 스트를 버린 몹쓸 놈이 되었다.

    역시 다단기어가 달린 자전거는 좋았다. 패달링 횟 수는 늘어도 힘이 안드니 참을만했다.

    "야, 이거 다리에 힘도 안들어가고 나 패달링 재활훈련하는 거 같아!"

    자전거로 망가진 무릎 자전거로 재활을 시작했다.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에서 선임을 만났다. 자전거 타고 온 우리를 의식했는지 오토바이를 끌고 왔다.

    "오랜만."

    "야~ 니 자전거 타고 왔다길래 커다란 자전거 생각했는데 이 조그만 거 타고 왔다고?"

    "ㅇㅇ"

    "와~ 이거 진정한 무적해병인데." (선임은 해병대 출신이고 나보다 한 살어림. 그래서 난 편하게 말 놓은지 꽤 됐음.)

    대충 반가운 마음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가볼만 한 곳을 물었다. 내 다리 얘기를 듣고 지네 집에서 자고 가라고 했다. 굿잡~

    덕분에 제대로 된 관광 다시 시작.

     

     


    <삼청 해가사터> 동네 주민들이 드래곤 볼이라 부른다는 그것.



    <해가사터 드래곤볼> 선임은 카메라에 관심이 없어 초점을 잘 못 맞춘다.



    <할머니들이 정말 좋아하시는 그곳> 우리 뒤에 있는 저 정자(?)에서 할머님들 소풍오셔서 소주 한잔하시고 고성방가를 즐기시고 계셨다.



    <XX해수욕장> 이름을 까먹었다.




    <동해안 풍경>



    해가사터(수로부인공원이던가??)에서 관광을 마치고 다시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횟집도 늘어났다. 배가 고팠다.



    <동해관광>


    <깨끗한 동해바다>



    동해관광을 끝냈을 때쯤 선임에게 연락이 왔다. 어디냐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뭐가 잇다고 얘기하자 단숨에 달려왔다.

    집이 여기서 좀 가야 한다며 자전거 실어가려고 큰 차 끌고 왔다며 무쏘 픽업에 우리 자전거를 실었다.

     

    그렇게 우리의 넷째날도 저물어 갔다.




    <커플> 우리를 재워준 고마운 커플 좀 어둡게 나왔구먼


    자 다음은 멘소래담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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