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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라이다로 부산까지 간다면 몇 일이나... 2 부 (장거리여행)
    자전거 2023. 10. 9. 21:15

    아침은 명태찜

    간밤에 급하게 술과 밥을 먹고 잔 탓에 얼굴이 팅팅 부었다.

    해장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찾아간 곳은 여기


    <바람부리 명태찜>




    <주차는 이렇게>




    <우리가 먹은 것 요딴 것> 뭔지 알아볼 새도 없이 그냥 막 먹었다. 앞으로 라이딩을 위한 공기밥 추가는 기본



    배 부르게 먹은 후 어떤 경로를 통해 갈 것인가 고민했다.




    <식당 앞 서점에서 산 지도> 아이팟에 담아온 지도 파일이 오류가 나 엑박이 뜬 것이었다 ㅡㅡ^



    현실은 170km 죽어라 산길


    그래도 경로는 정해야겠기에 그리고 우리가 잘 곳을 정해야 했기에......

    오늘의 목적지 정하는 법은 간단하다. 강원도는 웬만한 곳 아니면 잘 곳이 없기에... 우선 '군'은 피하고 무조건 '시'라고 적힌 곳으로 가야한다. 괜히 어정쩡하게 밤늦게 XX군이나 XX읍에 도착하면 그냥 그 순간 여행자들은 (우리같은 자전거족) 바로 'ㅈ'되는 거다 ㅡㅡ;

    어제 그렇게 고생을 했더라만 우리는 여전히 단순하다. 아직도 짱깨식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형 해안으로 가려면 동해, 강릉이 있네요."

    "그래? 어디가 더 가깝냐?"

    "대충 보니까 동해까지 한 150km 정도 나올것 같아요."

    "강릉은 좀 더 먼가? 보자...... 동해로 가자. 어제 우리가 대충 150왔으니까 오늘은 좀 더 일찍 출발하니까 대충 한 9시나 되면 도착하겠네. 아니다. 150이면 내가 보통 20km 한시간 정도 걸리니까 8시간, 쉬는 시간 더하면...... 야, 이거 늦어도 8시면 도착하겠는데~"

    "오 어제보다 빠른데요? 오오오"



    <현실은 170.4km>진한 색깔의 산길 표시 정말 사랑스럽군 ㅡ^ㅡ




    그렇다. 우리는 미친거였다. 어제 그렇게 고생해놓고 배운게 없다. 우리는 학습효과 0 붕어수준이었다. 하~

    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 어제 밤에 랜턴이 없어서 고생했기에 근처 자전거 샾에 가서 랜턴을 하나 달고 가기로 했다.

    기쁜 마음으로 하나 둘 하나 둘~

    초반엔 정말 좋았다. 경치 구경하고

    -아~ 이게 자전거 여행이지~ ㅋㅋㅋㅋ

    웃기도 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달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 시간 쯤 갔을까?


    <스트레칭> 짤랑짤랑 체조~ 몸풀기는 기본 쉬엄쉬엄 가는거야 퍼지지만 않으면 돼~




    <나는 살아있다~> 언뜻보면 별거 아닌 길이지만 저기가 또 엄청난 오르막을 오른 후의 정상이었기에 조금 쉬어주어야 했다.



    여기는 해발 XXXm


    당연히 도시에서 나와서 얼마 간은 평지길인건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것이 간만에 나온거라 언덕을 하나 넘었으니 이제 내리막 + 평지가 나올 줄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우리의 꿈이라는 거......

    잠깐 내리막이 나오더니 오르막길 오르막길 오르막길 이건 뭐 끝도 없는 오르막길만 나오는 거였다.

    "형 그렇게 올라왔는데 이제 보상받을 때가 된거 아니에요?"

    "그러게 희한하게 여긴 선물이 없네, 시골이 인심좋다는 말도 다 옛말인가봐."

    우린 여행 내내 내리막길을 보상, 선물, 꿀이라고 불렀다. 아 뭐 무지막지한 오르막을 올라갔으니 당연한 명칭 아닌가? 고생한 보람이 있어야지.

    하지만 이건 몇 시간 뒤 우리가 겪게 될 일의 복선이라고나 할까? 이건 뭐......

    하지만 오늘 안으로  도착할 거라는 굳센 믿음하나 둘러메고 달리는 우리에게 오르막도 여행의 양념밖에 안되는 거였다.

    <오리날다> 우리가 작정하고 처음으로 쉰 곳. 역시 시골이라 인심좋다. 화장실도 쓰고 물도 계속 얻어 먹고



    <휴식> 자전거도 일광욕하며 휴식을...



    <충전이 필요함> 완전 지쳤다. 표정만 봐도 이거 뭐지 하는 게 딱 보인다.




    <우리가 지나온 길> 그저 웃지요.



    "형 우리 얼마나 왔어요? 한 두 시간은 달린 것 같은데."

    "어 그러니까 말이야.... 한 2cm왔나 ㅡㅡ;"

    "네?@.@"

    그렇다. 우린 겨우 2cm왔던 것이다. 시속 1cm 죽인다. 죽어라 오르막길이 나오더니 결국 우린 그만큼의 결실만 얻었다.

    그리고 다시 달릴 결심.

    "괜찮아 금방 갈거야. 아직 보상을 못 받았잖아."

    그래 죽어라 올라왔으니 죽어라 내려가겠지 지금까지 오르막 때문에 2cm 왔으니 내리막길 타면 단숨에 2cm더 갈거다.

    그런 마음으로 달렸지만 참......

    계속해서 오르막이다. 잠시 내리막이 있더니 그렇게 올라왔던 길이 무색하게 한 100m가다 또 오르막......

    이건 고문 같았다.

    <해발 440m>도대체 우리가 출발한 곳이 해발 몇 m 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올라올라 왔어도 해발 400m



    <전재 정상> 이런 식이다. 440m를 찍고 한참을 더 갔더니 정상이란다. 허허 짜증나서 훅훅 라이딩으로 올라왔더니 후배는 저 멀리 뒤에서......

    *훅훅 라이딩 : 본 절대 스트라이다 겁나서 서서 패달링 안한다. 단지 앉은 채로 상체만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체중을 허벅지로 장딴지로 보내주면서 탄다. 그리고 힘드니까 숨을 훅훅 리듬을 타며 몰아쉰다.

    <해발 540m 전재따위> 그래 한 고개 넘었더니 또 한 고개 나왔다. 700m 역시나 훅훅 라이딩 나 혼자 정상에서 쉰다.




    <흥 700m 따위> 잘기억은 안난다. 기념하려고 찍엇는데 사진도 잘 안나왔다. 된장먹을... 내 기억이 맞다면 800은 훨씬 넘었던 것 같다.


    대충 이런 식이었다. 힘들게 고개를 넘으면 또 고개가 나오고 내리막길 올라온 만큼 또 처음부터 올라가고......

    그리고 터널은 무섭다. 정말 엄청난 소음. 바로 뒤도 아니고 저~ 멀리서 오는 차량 소리가 지옥에서 아귀가 나를 쫓아오는 것 같았다.

    아 솔직히 이거 처음부터 강원도 들르지 말고 바로 부산으로 갈 걸 하는 후회를 귓밥만큼 했다.

    하지만 진정한 위기는 지금부터였다.



    비를 만나다.

    바로 위 사진의 터널을 지나고 우린 바로 비를 만났다.

    터널을 빠져 나올 때 약간의 비가 왔지만 금방 그치겠지 하고 달렸는데 갑자기 쏟아졌다. 물론 그전에 천둥 번개소리에 잽싸게 원두막(?) 같은 곳으로 피신했지만 여행 후 처음으로 겪는 위기였다.

    비를 맞으면서 산길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을까?

    가다 빗길에 미끄러져서 뒤에 오는 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싶게 말해 우린 쫄았다. 그래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잔차 정비> 비에 젖은 잔차를 정성스럽게 닦는 후배녀석. 기특허다.




    <비를 피하라> 바람이 불고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비가 원두막으로 침범했다. 할 수 없이 옷가지와 돗자리로 자장구의 마디마디의 쇠부분이 녹을까봐 비를 가려주었다.


    비를 피해 자장구를 원두막에 올려 놓은채 앉아있자 사람들이 모였다. 차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왜 모였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곧 몇 십 분 뒤 알 수 있었다. 이 곳은 쉼터였기에......

    담배 한대 피우러 오신 분, 잠깐 스트레칭하려고 내리는 사람, 애인이랑 내려서 얘기하면서 쉬는 사람 참 많았다. 아저씨들도 많았는데 이 아저씨들 아줌마들 보다 시끄러웠다.

    갑자기 누가 군대얘기를 꺼냈더니......



    <잠시 내려서 쉬는 사람들>이 아니라 비 맞지 말라고 옷으로 가려버린 내 자장구. 사람들은 초상권이 있어서 찍지 못했다.




    처음엔 그 사람들이 신기한 듯 구경을 했지만 시간이 한 시간쯤 지나자 조급해졌다.

    "이거 이러다 우리 여기서 밤새는거 아니냐 ㅡㅡ;"

    그렇다. 또 한 번 우리는 쫄았다. 높은 지대라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웠다. 한 여름인데도... 결국 우린 옷을 껴 입게 되었다.

    "형, 그럼 우리 하이킹 해볼까요? 이대로 여기서 눌어 앉을 순 없잖아요. 잘 곳도 없는데."

    "자전거 때문에 대형차 아니면 힘들어."

    곧 체념한 우리. 하지만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더 지나니까 물불 안가렸다.

    "야야 잡어. 봉고차 트럭은 무조건 잡어."

    그렇게 우리는 아무 차나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전거가 두 대나 있는데 태워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헤메고 있을 때 도로에 뭐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치우기 위해 올라오신 할아버지가 트럭을 몰고 올라오셨다.

    우린 최대한 불쌍하게 애원했다.

    아~싸라비야~ 허락하셨다.

    단 할아버지 가시는 곳까지만.

    그렇게 조금 한 20KM쯤 갔나? 비가 그쳤다. 아니 거기는 거짓말 같이 비가 안왔다. 써글

    말도 안되는 이 동네 날씨에 감탄(?)하면서 할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떠났다.


    go back?

    비를 피하고 난 후론 시간을 너무 낭비했기에 사진 따위를 찍을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미친듯이 달렸다. 두 시간을 넘게 쉰 우리는 체력이 만땅으로 충전 되어 있었고 엄한 '읍'이나 '군'에서 밤이 되면 잘 곳 없어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우리가 힘들 때마다 더 힘을 내게 했다.

    그리고 해발 900이 넘는 곳도 다 찍었다. 내 스트라이다가 의외로 튼튼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산들이었다.

    그렇게 산을 몇 개 넘어 드디어 정선에 도착했다. 하지만 시간은 밤 9시 목적지 동해까지 절반 왔다 ,ㅡㅡ;

    우린 잠시 동네 슈퍼에서 빵과 계란 음료 등을 사서 먹으며 잠시 얘기했다.

    "형 그래도 정선군이면 꽤 큰데 잘데가 있지 않을까요?"

    "글쎄 한 번 물어보자."

    동네 사람들은 말했다. 잘곳이 없다고. 아~ 완전 'ㅈ'됐다. 벌써 시간이 몇 신데 잘 곳이 없어.

    그 흔한 여관도 몇 개 없고. 찜질방은 아예 없다. 그리고 동네 주민의 아주 희망(?)적인 말 한마디, "오셨던 길 돌아가서 산 하나 넘으면 찜질방 있어요."

    미쳤다. 우린 미쳐버렸다. 우린 여기서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과연 산을 넘고 돌아가서 잘 것인가, 밤새 달려서라도 갈 것인가.

    한숨만 나왔다. 미칠 것 같았다. 당장 더 가면 지쳐서 내일 뻗어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체력도 거의 한계였다. 비 때문에 쉰 이후로 거의 쉬질 않았으니......

    그러면서도 우리의 마음은 하나로 통일되었다. 절대 산을 넘고 돌아가서 자진않으리!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넘어왔는데 미친게 아니고서야. 그러고 보면 우린 시작부터 미쳐있었으니 돌아가는게 옳았던 것인가??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밤을 새워서라도 동해에 가기로 했다. 짱깨식 게산이 다시 한 번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대충 보니 80km 쯤 될 거 같았다. 그럼 시속 20km으로 4시간. 쉬는 시간 포함 5시간 ㅋㅋㅋㅋ. 새벽 세 시에 밥먹고 미친듯이 자야지 하는 생각만 했다.

    여전히 산이 7~8번 남았다는 걸 생각않는 붕어들 ㅡㅡ;

    원주에서 정선까지 8 고개를 넘어서 왔는데... 그렇다. 원주에서 동해까지는 거리상 170 km 그리고 우리가 넘은 언덕이 16개였나? 대충 한 고개가 10km를 차지하고 있는 거였다.(평지가 거의 없었기에. 물론 이것도 짱깨식 계산) 대충 생각하면 오르막 5km내리막 5km 다시 오르막......

     

    아~ 사랑한다


    진정한 고생길이 시작되었다. 밤이라 차가 없는 건 좋다만 정말 랜턴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산을 넘어왔던가.

    산길과 떨어진 체력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거리는 가까워 지지않았다. 정말 별 생각없이 떠나온 여행에서 내가 죽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산을 타다가 웬 주유소에서 개 5마리가 미친듯이 달려와 쫓겨난 적도 있었다.

    마지막 산이었었나? 정말 높았다. 피로도가 최고조로 달해 있어서인진 몰라도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여태 넘어온 산들은 보통 이정도면 끝이 보였는데 이건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은 전혀 보이진 않고 오르막은 끝이 없고 내리막이 나오더라도 겨우 10m정도 비쳐주는 랜턴으론 막막했다. (내리막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데 10m정도만 비춰지면 급커브가 나오면 난 가는거였으니)

    결국 난 내 가족들과 여자친구에게 한번도 하지 않았던 말을 문자로 보냈다.

    "사랑한다"

    그리고 한 참 뒤 마침내 우리는 정상에 도착했다. 정말 짜릿하게

    그 순간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한 우리에게 보상은 있었다.

    새벽 5시 정도에 백복령에 도착한 우리에게 펼쳐진 것은 끝었는 내리막이었다.

    백복령 정상부터 내리막길이 10km이상 이어졌다. 경사도 만만치 않아 엄청난 가속이 붙었다. 거기다 길도 꼬불꼬불
     
    스키장에서 최상급 코스에서 내려오는 기분. 스릴하며 속도감 하며 S자로 내려오는 코스하며... 특히 새벽이라 차가없어 무지막지한 속도로 정말 스키를 최고속으로 사사삭 내려오는 것처럼 순식간에 내려가는 기분은 정말 죽을뻔했다.
    하지만 정말 일생일대 다시는 맛보지 못할 느낌이었다...(다시 스트를 타고 강원도 길을 올리는 없을 것 같기에 ㅡㅡ;)

    하지만 추웠다. 새벽 안개가 산을 감싸고 있는데다 빠른 속도로 내려가니 바람이 온 몸을 뚫고 들어오는데 옷을 세 개나 껴입어도 감당이 안됐다.

    그래서 추웠다.


    <해뜬다> 태양과 함께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벽 시간이라 빛도 없고 정신도 없어서 이렇게 흔들린 줄 몰랐다. 그러다 보니 유일하게 찍은 사진이 요모양




    백복령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바로 동해시였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동해시로 가는 자동차 전용도로. 하지만 돌아가기에도 너무 지쳤고 시간대가 시간대 인지라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아무튼 우리는 무려 19시간의 산악 라이딩 끝에 도착했다. 동해에.

    <등뼈> 새벽에 도착하자 마자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달려간 감자탕 집


     


    <대륜 사우나> 그리고 감자탕 집 옆 대륜 사우나.


    우린 뻗어 버렸다.

    참, 동해에서 처음으로 먹은 음식 감자탕 참 맛 없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후배와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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